[2024 로잔] 제4차 서울-인천 로잔 대회 피드백
Ecumenical Journey
작성자
在耳
작성일
2024-10-08 17:30
조회
540
제4차 서울-인천 로잔 대회 참가자 피드백
정희경 목사 (독일 마인츠 대학교)
I. 총평2010년 제3차 로잔 대회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이후 14년 만에, 코로나 이후로는 처음으로 열린 제4차 로잔 대회는 전세계 200여개국 5천명 이상의 복음주의자들이 대한민국 인천 송도에서 모여 2024년 9월 22일(주일) 저녁부터 9월 28일(토) 오전까지 열렸다. 총 4번의 로잔 대회 중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대회로 1989년의 필리핀 마닐라 이후 처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였기에 많은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인 대회 운영이나 기술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대회였지만, 내용과 신학적인 접근법에 있어서는 시대 착오적인 담론들이 대부분이어서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엄청난 인원의 자원 봉사자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수고하며, 해외 참가자들에게 홈스테이까지 제공해준 한국 성도들의 노고에 견주어 너무나 아쉬운 대회였다.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와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복음주의권의 목소리를 담아내야 할 서울 선언문이 대회 초반에 일방적으로 주어지면서 많은 의문점을 낳기도 했다.
II. 로잔 대회 관련 이슈들
1. 참가자 구성
추천인 제도를 통해 참가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어느 정도의 필터를 거친 사람들로 제한하다보니 엘리트 중심의 대회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한화로 100만원이 넘는 참가비는 대회에 참석할 수 있는 참가자들을 돈으로 걸러냈다. 재정 지원이 가능한 기관의 지원을 받거나, 그 정도의 재정 지출이 가능한 북반구(Global North) 출신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참가자 면모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여성의 참가비율은 놀라울 정도로 저조해서 25%를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은 토론의 방향과 주제가 남성 중심으로 흐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메인 세션 발제자의 구성은 어느 정도 다양한 목소리를 가져오기 위해 애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역시도 토크니즘(Tokenism)으로 보일만큼 제한적이었다.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참가자 비율의 편중으로 인해 ‘영어’라는 공식 언어에 주도적인 서구권 목소리들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2. 오리엔테이션
로잔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토론 테이블 진행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민한 주제나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부분에 대한 관용과 이해의 폭은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어느 정도의 배려가 필요한 질문, 테이블 매너에 대한 기본적인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권별로 예민할 수 있는 사생활에 관한 질문들(결혼, 자녀 유무)이 너무나 당연하고도 쉽게 오고 갔다는 탄식이 여성 참석자들의 오후 세션에서 나왔다.
또한, 참가자들을 위한 연락처 교환에 있어서도 참가자 명찰 뒤에 있던 QR 코드에 이메일 주소만 있어서 이중으로 연락처를 교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주일 저녁부터 일정이 시작했기에 비행 일정 등으로 늦게 도착한 참가자들이 전체적인 대회 오리엔테이션을 명확하게 받지 못해 대회 이틀째까지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는 사람들이 많았다. 2층에 마련되어 있던 휴식 장소 역시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만큼 장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3. 전체적인 진행(예배 및 메인 세션 관련)
‘영어’가 압도적으로 사용되는 환경에서, 비영어권 참가자들에 대한 더 많은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지만 통역과 단순한 언어권 테이블 제공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날 이뤄졌던 피드백 세션이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훨씬 더 세심하고, 분명한 메시지 전달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예배 진행에 있어서도, 발제자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 이후에 이어지던 ‘승리’에 관한 찬양들은 기독교 승리주의에 대한 천박한 발상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월요일 오전 세션 마지막 발제자로 등장한 첫 여성 발제자는 ‘감성’을 자극하는 회개를 유도하며, 복음을 ‘값싼 은혜’로 치환하는 우를 범했다. 부흥집회에서의 죄 고백과 직후에 이루어지는 회개의 전형적인 전개는 오전 세션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주최국인 한국 출신의 발제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발제자들의 구성 역시 대형 교회 목회자나 교단 대표, 교수와 같이 권위에 기댄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 전혀 생동감이 없었다. 오전 세션 테이블에서 가장 어린 참석자였던 30대 여성 청년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하면 다음과 같다. “로잔 대회가 ‘국제적인’ 대회라고 해서 참석했는데, 한국보다 더 ‘한국적인’ 방식과 메시지에 놀랐다.”
4. 25개의 이슈 그룹(Gaps)
6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이슈 그룹들의 모든 논의를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25개 이슈 그룹에서 어떤 중요한 논의들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전체 참가자들이 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선택한 내용들을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 나누리라고 수동적으로 기대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논의되는 주요 쟁점들을 소개하면서, 본인이 택하지 않은 이슈들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시간이 하나의 메인 세션에서 진행되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이후에 이어지는 Cooperation Action에 관한 소개도 실제 참가자들에게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5. 서울 선언문(Seoul Statement)
2024년 서울에서 발표된 복음주의자들의 선언문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구시대적이고, 교리 반복적인 내용이 담겼다. 2010년 케이프타운 서약보다 훨씬 뒤떨어진 신학적 논의가 담겼으며, 한국 교회가 집착적으로 반대하는 동성애에 대한 이슈에 집중하느라 그보다 훨씬 더 깊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다행히 대회 중간에 한국 복음주의권 진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서명을 받으면서 서울 선언문이 공식적으로 선포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으나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되지 않은 선언문으로서의 상징성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열린 선언문으로 남겨두는 것도 환영하는 바이다.
6. 에큐메니컬 진영과의 화해
로잔 대회가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카운터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만큼 NCCK 100주년을 맞아 방한한 수많은 에큐메니컬 인사들의 방문도 기대하였다. 그 어느 때보다 남북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에서,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권의 만남이 있었다면 한국의 국내 정치상황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새로운 형태의 평화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을텐데 단 한 번 뿐인 기회가 고스란히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은 통탄할만하다. 로잔 대회 전후로 이루어진 모임에서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비공식적인 논의들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 대회 기간 중에 ‘공식적인’ 선언이나 만남이 더욱 절실했다고 본다.
III. 제언
1. YLG 2026 모금 운동에 대한 재고
이른바 Z세대로 불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다는 모금 활동이 대회 내내 이어졌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 하는 앞선 세대들의 방식이 아니라, 정말 젊은 리더들이 주도적으로 모임을 꾸려갈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는 정도로 로잔 리더십의 개입은 최소화 하기를 요청한다. 부흥 집회 이후에 돌아다니는 헌금 바구니만큼 구차한 기독교의 모습은 없다.
2. ‘로잔’이라는 브랜드의 퇴색과 대안 제시
더이상 ‘로잔’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국가 스위스의 도시명이 복음주의 진영의 대명사로 불리지 않기를 바란다. ‘로잔’이라는 도시명과 ‘로잔 운동의 정신’은 분명히 분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5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정신은 사라졌고, 조직과 권위만 남았다 싶을 정도로 서울에서 ‘로잔 대회’ 사상 최악의 리더십을 경험한 셈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으라는 성경 말씀처럼, 로잔 대회 5차 대회는 이른바 대형 교회의 ‘돈’이나 ‘물량’ 공세를 통한 서울 대회의 실패한 방식을 벗어나 온라인 모임이나 국가별, 언어권별 모임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대안이 제시되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3. 에큐메니컬 진영과의 협력 강화
그리스도인으로서 현안에 접근하는 방식과 해석의 폭은 다를지라도 이슈 그룹들간의 공통점은 분명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분쟁과 기후 위기로 인한 디아스포라는 복음주의권과 에큐메니컬권의 충분한 협력과 노력을 경주할 수 있는 영역이다. 경쟁이 아니라 선의의 협력으로, 신학적인 예리함이 아니라 목회적인 너그러움으로 21세기 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당면한 문제들을 지혜롭게 함께 풀어나가는 협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4. 리더십의 가시화(여성, 청년)
아시아 로잔 리더를 소개하는 사진의 여덟 명의 인물 중에 단 한 명의 여성이나 청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제4차 로잔 대회의 편중된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여성이나 청년 리더십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의 열두돌’을 소개하는 자료에 스탭이나 봉사자들에 대한 기록이 담기지 않은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5. 친환경 국제 대회
5천 명이 넘는 세계 각지의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탄소 발자국. 매 식사 때마다 배출되던 음식물 쓰레기와 일회용품들. 5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사용된 각종 파티 용품들을 보며, 2022년 세계교회협의회의 독일 칼스루헤 총회 때와 동일한 고민이 들었다.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렇게까지 모여서 논의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면, 환경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면서 만날 방법을 고민할 수는 없을까. 아니, 최소한 반성할 수는 없을까. 앞으로는 이런 대규모의 기독교 국제 대회가 세계 그 어디에서도 열리지 않기를 바라지만 열리게 된다면 환경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이 되기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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