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청년] 안녕한 식탁 후기

Ecumenical Journey
작성자
在耳
작성일
2024-10-19 22:52
조회
180
움트는 설교자, 안녕한 식탁 후기

안녕하세요! 지난달 안녕한 식탁에 초대받았던 정희경 목사입니다. 다시 독일로 돌아와, 혼자 저녁을 먹으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이 때만큼 적합한 때가 없다 싶어 안녕한 식탁 후기를 남기려 컴퓨터를 켭니다.

모두들 건강히 지내고 계시지요? 문득, 오늘은 어떤 식탁에 앉아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안녕했던가, 안녕하지 않았던가. 안녕한 식탁에 다녀온 뒤로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참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보통 책상이 식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상에 한가득 올려져 있던 책들을 한켠으로 치우고 그 사이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두고, 국이나 찌개에 한 두가지 반찬들이 전부인 소박한 밥상입니다.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을 보거나 가족들과 통화를 하면서 식사를 합니다. 아침을 제외하고 독일식으로 식사를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설교 때 말씀드린 것처럼 국물이 흔건한 한식 요리가 주를 이루게 되는데요. 혼자 식사를 할 때마다 한국에서 함께 먹던 안녕한 식탁이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별한 레시피로 준비해 주셨던 미역밥, 토마토 김치, 황태채, 잡채, 갖가지 나물들, 갈비찜, 샐러드와 과일들. 풍성했던 옛 명성을 떠올리듯, 안녕한 식탁에서 함께 나눈 음식들에 대한 기억들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자린고비가 고등어 그림을 붙여놓고 아껴 먹는 것처럼, 저도 한국에서 함께 했던 안녕한 식탁 사진들을 아껴 보면서 다시 오늘의 식탁을 누려보려 합니다.

일년에 한번씩 한국을 방문하는 저는 덕분에, 짧은 시간의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느끼고 돌아오곤 합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사실은, 일반 마트의 생활 물가였어요. 특히 식재료의 가격을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전세계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했지만, 한국 식재료가 그 정도로 심각하게 많이 올랐다는 사실은 뉴스로 볼 때는 전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알배추 하나에 5천원이 넘고, 사과 한 개가 2-3천원씩 하는 가격표 앞에서 먹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삶의 팍팍함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습니다. 외식 물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쉽게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서운함보다 알 수 없는 짠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설교 때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했지만,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한끼 식사조차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여전히 마음 한켠을 무겁게 합니다. 안녕한 식탁은 제게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과의 해후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일년에 한번 만나는 반가운 사람들을 안녕한 식탁으로 초대할 수 있었거든요. 제가 설교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형식의 안녕한 식탁 예배는 설교자인 저에게도 굉장히 놀라운 확장의 시간이었습니다. 독일의 감리 교회에서 딱 한 번 디너처치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모임은 평일 저녁이었기 때문에 예배라기보다 성경공부 느낌이 훨씬 강했습니다. 대신, 참석자들이 모두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어와서 나누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안녕한 식탁에서는 정말 잔치 자리에 초대받은 기분이 컸습니다. 그리고 성찬과 함께하는 식탁 교제는 얼마나 특별했는지요! 성찬 순서도 떡과 잔이 분리되어 있어서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설교자로서의 소회에서도 잠깐 나눴지만, 항상 식사 전에 서둘러 설교를 마무리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는 것도 즐거운 반전이었습니다. 식탁 위의 사라진 음식들과 다양한 한식의 모습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설교자로서 설교를 나누면서 행복한 지점이었습니다.

움트는 청년들이 머무는 자리에서, 안녕한 식탁들이 계속해서 확장되며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설교에 귀기울여 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강온히 지내다 우리 다시 만나요 🙂

2024.10.15,
독일 마인츠에서, 정희경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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