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록] §6 워라밸

지난 달부터 사례비가 올랐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통장에 찍힌 숫자가 늘어나서 살짝 놀랐는데요. 알고 보니 올해 초 독일 공무원 임금 협상이 타결되고, 작년부터 소급 적용된 금액이 추가로 지급되었다는 메일을 받고 그제야 아하, 했습니다. 독일의 주 교회(Landeskirche)라는 독특한 구조가 목회자에게 주는 안정감을 반 년간 경험하면서 과연 목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스스로에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자영업자처럼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누군가는 대기업의 총수처럼 군림하는 한국 교회 목회자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늘 어려웠으니까요. 그렇다면 담임목회자와 부교역자의 사례비는 어떨까요. 한인교회에서 사역을 하던 시기의 이야기입니다. 담임 목사님이 처음부터 솔직하게 본인이 받는 사례비를 얘기하며, 어려운 교회 살림에 부교역자를 두는 상황에 대한 이해를 청했습니다. 제 생활비는 장학금으로 충당이 되는 상황이었고, 공동체가 그리웠기에 큰 생각 없이 알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끝까지 몰랐으면 나았을까요. 다음 해에 열린 공동의회에서, 목사님이 말하지 않았던 금액이 더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집세와 보험료, 연금으로 추가 충당되는 금액을 합치니 정확히 10배 차이가 나더군요. 굉장한 당혹감이 들었습니다. 금액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담임과 교육목사, 부목이 가진 책임감의 무게를 몰라서도 아니었습니다. 같은 사역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층위에 살고 있었다는 게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가진 성경 안쪽에는 사역했던 교회에서 떠돌던, “원로목사 추대 헌금” 전단지가 있습니다. 그 곳에서 받았던 “전도사 정희경”이라는 금색 명찰도 저희집 냉장고에 여전히 붙어 있어요. 잊고 싶지 않았거든요. 목사가 되어도, 책임이 늘어나고, 만나야 할 사람들이 달라지게 되더라도, 시작점이 어디었는지 말입니다.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좀 더 세세하게 교회법을 배우면서 몇 가지 규정을 보고 놀라는 중입니다. 선불로 지급되는 사례비, 42일이라는 휴가기간 (비카리앗 과정 중에는 33일), 체계적인 임금 구조, 공적 부조로 채워지는 사회보장(건강보험, 연금), 목사관. 물론 독일 교회를 최고라고 이상화할 수는 없습니다. 교회세 부족으로 인한 재정 감소, 교인수 급감으로 꽤나 혹독한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고, 은퇴하는 목회자들보다 신규로 임용되는 목회자들이 압도적으로 적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역 목회자 팀(Regio Team)’을 구성해서 여러 교구를 하나로 묶는 변화들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규정상으로는 많은 것들이 보장되어 있지만 아무리 ‘워라밸 최상위 국가’라 불리는 독일에서도, 교구 목사라는 특수직은 여전히 격무에 시달립니다. 지난 주에 목회자 후보생들과 평신도 사역자들(Haupt- und Ehrenamt) 모임이 있었는데, 목사가 갑작스러운 휴가에 평신도 사역자에게 설교를 부탁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냐는 말에, 첫마디가 “당신들은 돈을 받지만 우리는 아니잖아요”라며 반 농담으로 서늘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학문으로서의 신학공부를 마친 신학생들이, 목회자가 되는 과정을 교육하는 팔츠 주의 신학교육원(Predigerseminar)이 올해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함께 이 프로그램을 듣고 있는 친구들과 행사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꿈꾸는 교회와 목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방문객들이 볼 수 있도록 사역하는 교회의 사진들과 함께 각자 써 온 내용들을 목소리로 녹음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그 중에 제가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참 좋았던 한 친구(J. Tatrai)의 고백이 자주 생각납니다. “시간을 내는 목사”가 되고 싶다는 꿈이라니요. “아이들과 하나님이 어디에 사시는지, 반려동물을 가지고 계신지 얘기하는 시간(Zeit, um mit Kindern zu diskutieren, wo Gott eigentlich wohnt und ob Gott ein Haustier hat.). 교회 행사를 조직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춤출 수 있는 시간(Zeit, um beim Gemeindefest nicht nur zu organisieren, sondern auch selbst zu tanzen).” 100주년 기념 선물로 받아든 꽃씨 봉투를 바빠서 참석하지 못한 멘토 목사님께 건넸습니다. 시간과 관계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하는 ‘일과 삶에 대한 균형 감각’이 만들어진다는 것. 작은 생명이 담긴 씨앗이 100년의 시간을 넘어 목사님의 정원에서도 꽃피우기를 바라면서요. 20260624 목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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